어쌔신 크리드 : 발할라 느지막한 리뷰
일단 저는 유비소프트의 게임을 매우 즐겨하는 게이머입니다. 다만 유비빠는 아니죠. 유비빠가 존재하기는 하나 싶지만. 유비소프트의 게임은 명작 반열에 드는 게임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사실 좋은 평을 받는 작품 자체가 드물어요. 다만 대충 재미있고, 대충 오래 즐기게 되죠. 식품으로 비유하자면 몸에 별로 안좋지만 맛있는 불량식품이랄까요. 근데 또 값이 싸진 않죠. 아무튼 그런 이유들로 레인보우 식스 시즈를 포함해서 가깝게는 어크 시리즈의 오디세이와 오리진도 재미있게 즐겼었습니다. 그렇게 발할라가 출시되어 할인을 기다리다가 답답해서 걍 지르고 플레이를 한 후,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어요. 당연히 리뷰는 제 주관적인 생각이 듬뿍 담겨있단 사실 인지하시고 글을 읽어주세요.
발할라는 작년에 나온 어크시리즈 고대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죠. 배경은 9세기 경 바이킹으로 인한 이교도 대군세시기의 잉글랜드 동남부와 노르웨이 일부를 배경으로 합니다. 크루세이더 킹즈 3를 하신분들은 영국지역 플레이 시에 바이킹한테 고통 좀 받아보셨을 그때의 시기와 배경인 것이죠.
먼저 전체적인 느낀점부터 얘기해볼까요?
우선 저는 고대3부작은 모두 동일한 시스템에 배경적인 스킨만 다르게 씌운 게임이라고 봅니다. 물론 오리진, 오디세이, 발할라로 오면서 개선된 점이 존재하지만 큰 틀에서는 사실 동일합니다. 그 점을 염두하시고 발할라를 구매할 지 고민하시면 되겠습니다. 발할라에서 그래픽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여러 곳에서 발표했으나 사실 게이머의 입장에서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후술에서 이 부분은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으로 총평하면서 정리하면 딱 이 정도 기대치에서 적당히 즐길만 한 게임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플레이의 힘과 의지가 박약해진다 정도로 요약되겠네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발할라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볼게요.
1. 장점
발할라는 사실 매우 혹평이 많죠. 다만 몇몇 리뷰나 게이머의 평가를 살펴보다보면 혹평을 위한 혹평이 종종 보이더라구요. 논리없이 일단 까고보는. 근데 이건 유비의 업보긴한;;
그래도 많진 않지만 장점도 존재합니다. 우선 스토리입니다. 전 오디세이의 스토리 전개도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으므로 오디세이를 플레이했었고 '아 오디세이 스토리 너무 별론데' 이렇게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꺼에요. 다만 이건 생각의 차이로 생각해주시길. 발할라 역시 오디세이처럼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게임이 진행되고 약간의 분기 또한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에 있어서 플레이어에게 부담과 책임감을 주게되죠.
그리고 스토리 내용도 깔끔하게 가져가는 것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지 않고 깔끔한 중심 가지를 기반으로 진행해서 스토리에 혼동이 오거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없이 부드럽게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환경의 묘사입니다. 이 점은 오디세이에서도 상당히 멋있었죠. 발할라에선 설원의 분위기와 묘사가 특출납니다. 이전에 레데리2에서 느꼈던 황량함을 발할라에서도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레데리2의 설원은 더 필사적이고 힘들고 절박한 환경의 느낌이라면 발할라의 설원은 더 황량하다는 느낌, 다만 생존에 위협을 주는 느낌은 없고 멋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늪지같은 곳의 분위기와 안개 묘사 등도 상당히 훌륭합니다. 확실히 이런쪽에서 유비의 경험치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전체적인 게임의 색감 또한 배경을 매우 잘 부각시켜줍니다. 맵의 중부는 전체적으로 갈색톤입니다. 당시 미개했던 문화적 수준과 바이킹들의 거친 느낌을 매우 러프하게 표현하는 색감이죠. 북부는 설원으로 푸른톤을 사용해 추운 느낌을 잘 살려냈습니다. 남부의 목초지는 아주 초록초록하게 표현하여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지리적 요소를 잘 표현했죠.
또 다른 장점으로 이전의 시리즈처럼 강요되지 않는 사이드 퀘스트를 꼽을 수 있겠네요. 오리진과 오디세이는 적정 전투력과 레벨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이드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이 강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은 빠른 레벨업을 통해 전투력을 메인퀘스트만 해도 맞춰나갈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데에 드는 재료의 양도 적다고 느꼈구요. 이전 작들에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 투력이 높은 정예병을 암살로 한방에 잡을 수 없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번 작에는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방식을 통해 조건부로 원샷 원킬을 할 수 있게 개선하여 암살의 짜릿함을 배가시켰습니다.
그리고 장단점이 혼재합니다만 정착지라는 요소의 도입도 나름 성장시켜가는 맛이 있는 컨텐츠입니다. 초반 한정이긴 하지만....
2. 단점
하지만 단점이 정말 많은 게임. 그것이 유비소프트의 게임이죠. 이번작은 유비소프트의 특징적인 단점이 더더욱 드러난 게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말하고 싶은 단점이 너무나도 질질끄는 게임의 분량입니다. 발할라의 스토리 진행은 크게는 잉글랜드의 여러 지역들의 메인퀘를 진행하며 동맹으로 끌어들이는 식으로 거점 점령이 주가 됩니다. 문제는 엔딩까지 점령해야하는 지역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중반부까지는 적당히 재미있지만 그 이상을 진행할 수록 '와 아직도 점령을 더 해야해?' 하는 생각만 듭니다. 엔딩을 보고싶고 스토리를 즐기고 싶은데 분량에 지칩니다. 그 분량이 너무 작위적으로 늘린 느낌이 나서 더 힘이 들고요.
그리고 잘 와닿지 않는 신화적 요소도 꼽을 수 있겠네요. 발할라는 환영을 본다는 식으로 아스가르드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 부분의 진행이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 전체 내용과 연관이 없진 않습니다만, 아스가르드 내용이 없거나 분량을 훨씬 줄였어도 별 문제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죠. 개인적으로 아스가르드 라인은 최악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뒤에 이어지는 요툰헤임은 분위기도 괜찮고 연출도 좋아서 좀 덜한 느낌이네요.
이와 비슷하게 어크의 특징 중 하나인 결사단도 게임의 분위기에서 상당히 붕 뜨는 느낌입니다. 이 부분은 오디세이가 상당히 잘 뽑았다고 봐요. 스토리와 밀접하게 연관되고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결사단 멤버를 밝히고 암살하는 일련의 과정이 배치가 잘 되어있거든요. 하지만 발할라는 정말 몇 명 중심적인 인물을 제외하고는 결사단 멤버의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얘 나쁜애라더라 증거 찾고 누군지 밝혀서 죽여라' 하니까 찾아 죽이는겁니다. 대부분의 결사단 멤버가 평화로운 마을에서 밥먹고 기타치고 살고 있는 녀석들입니다. 물론 결사단이니만큼 음지에서 어떤 몹쓸짓을 했을 수도 있으나, 그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도 거의 없으니 암살의 개연성이 뚝 떨어집니다. 어쌔신 크리드라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발할라에서 망쳤다고 느꼈어요.
전투 시스템과 AI도 아주 별로입니다. 오디세이를 한 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정확한 비교는 아닙니다만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발할라의 AI가 더 빠릿빠릿하지 못한 느낌? 그리고 전투의 모션 또한 너무 적고 단순합니다. 사용하는 무기만 여러개지 대부분 특징없이 비슷하구요. 거기에 스태미너 시스템까지 생겨서 쓸데없는 답답함만 추가되었습니다. 거기에 왜 있는지 모르겠는 까마귀. 이전 시리즈의 새는 말그대로 정찰 드론으로 핑찍고 보물찾고 거의 만능이었죠. 그게 과하다고 유비가 생각을 했는지 그런 기능을 다 빼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을 즐기면서 까마귀를 사용한 때라고는 퀘스트 위치 찾을 때 뿐이었네요.
게다가 암살 플레이 비중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바이킹이라 그런지 일대다 전투를 좀 더 중심으로 게임을 만든 느낌입니다. 이전 작들처럼 붙어있는 두 명의 적들을 한 번에 암살하는 능력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적들은 2인 1조로 붙어 있는 일이 너무 자주 있기 때문에 암살 플레이를 해도 금방 발각됩니다. 물론 암살위주로 플레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냥 전투하는 것보다 몇 배의 시간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답답하면 그냥 개돌하게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추가로 지금 말하는 단점은 주관적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배경이 9세기 잉글랜드, 암흑시대라서 그런지 배경이 너무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오리진을 할 때에는 알렉산드리아의 멋진 도시, 기자 피라미드의 웅장함, 신화적인 요소에 뽕이 차올랐었고, 오디세이에서는 그 유명한 그리스의 고대 도시들을 직접 돌아다니고 멋진 신전에 압도되고 눈이 트이는 풍광을 가진 여러 섬 사이들을 돌아니며 뽕에 차올랐었습니다. 하지만 발할라의 배경은 이런 뽕이 차오를 부분이 너무 적습니다. 배경의 특성 상 도시의 건축물은 너무나도 미개하여 천년 전의 오디세이보다도 후져보이고 풍광도 평범한 황무지나 초원이고 우리가 잘 아는 건축물이나 신화적인 요소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서 뽕이 차질 않습니다. 거기에 큰 지형을 게임에 담으면서 자연스레 축척이 줄어들게 되는데 오리진과 오디세이에서는 줄어든 축척이 별 느낌없었으나 발할라에서는 너무 어색하다고 느껴지더라구요. 좁은 강폭이나 지형같은 것들이요.
마지막 단점으로는 사실 가장 큰 문제점이죠. 유비식 오픈월드의 수집시스템은 원래도 악명 높았지만 이번엔 선을 넘어버렸습니다. 제대로 위치를 알기도 힘든 수직적 구조에 보물을 엄청 '많이' 숨겨놓았죠. 문제는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제 아래 혹은 위에 존재한다는데 다가가는 입구를 엄청 숨겨놓거나 열쇠로 막아놔서 그런것들을 찾으러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녀야 합니다. 까마귀를 까막눈으로 만들어 버렸으므로 일일히 V를 누르며 위치를 탐지하고 돌아다녀야 합니다. 그렇게 찾은 보물은 '주괴 1개' 이따구입니다. 이건 정말 화나는 일이에요. 고대3부작의 마지막이라 그런지 시스템도 고대의 시스템마냥 불편함 뿐이에요.
이렇게 약간의 장점과 수많은 단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출시 초기에는 이런 단점들에 더해 미친 버그들도 비일비재했지만 지금은 플레이에 지장이 있는 버그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종종 팅기는 것은 아직도 문제긴 해요. 그래도 사이버펑크 급의 버그는 없어서 따로 단점으로 적지는 않았습니다. 싸펑덕이다.
나 자신이 어크시리즈의 큰 팬이다. 하시는 분들은 할인기간에 구매를 하시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차라리 오디세이를 즐기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끝.